믿음
엄마가 날 믿어줬어
대단한 사람이 될 거고
그 전에 좋은 대학에 갈 거라고
아빠는 그렇게 해서 대학엔 가겠냐고 했고
난 대학에 갔어
날 믿지 않는 사람한테 틀렸다고 하고
날 믿는 사람한테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어
난... 날 믿는 사람들이 틀리지 않는 게 좋아
8년 전에 집에서 나왔을 때
그러니까 나에 대한 가족의 믿음을 져버렸을 때
믿던 사람들한테 틀렸다고 해버렸을 때
처음으로 나를 믿어준 사람이 바깥양반이었고
이제는... 여러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
그래도 내가 죽지만 않는다면
여러분한테 틀렸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
여러분이 알고 있던 사정은 아니었겠지만
왜냐면 내가 집 나올 때 아빠가 그랬거든
쟤 지금 잡지 못하면 2년 안에 자살할 거라고
살기 힘들어도 그거 틀렸다고 하고 싶어서
이렇게 이렇게 버티다가 8년이 되었네
그동안 나는 대학교도 졸업하고 대학원도 들어가고
어쨌든 살아남으면서 아빠가 틀렸다고 할 수 있었어
그런 게 좋아서
날 믿지 않는 사람한테 틀렸다고 하는 게 너무 좋아서
어렸을 땐 나를 믿는 사람들한테 나를 온전히 뺏겼어
애가 뭘 알겠어 나 좋다는 사람이 뭘 하자고 하면
다 하는거지... 못해도 일단 해보는 거지...
가족하고 연을 끊고
다른 종류의 믿음을 받으면서
이제는 날 믿는 사람한테
무작정 나를 뺏기지는 않을 거라고
그러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
그래도 자신은 없어 아마 평생 그럴 거야
누가 날 믿으면... 믿기라도 하면...
난 믿는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하긴 할거야...
내가 하고싶은 대로만 하면 난 진짜
병신처럼 사는 것 말고는 못할 거거든...
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지만
계속 이렇게 살면 행복은 없는 거나 다름없겠지만
다른 삶은 몰라
근데...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동안은 버티고 싶었는데
어제 엄마랑 이야기 하면서
예전에 날 믿었던 사람한테
내가 얼마나 병신이 되었는지 고백하면서
또 그런 걸 경험해버린거야
날 믿는 사람한테 넌 틀렸다고 말하는 경험
실은 이제 날 믿지 않는데도 불구하고
난... 아직도 환상통에 시달리나봐
말할 땐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지만
말하고 나서는 아 그래도 말은 했으니까
후련해지기라도 하지 않을까
하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던 거지
내가 그나마 계속 살기로 선택하고 있는 이유를
깨는 경험을... 실제로 깨버린 건 아니지만
깨는 것과 다름 없는 경험을... 고통을...
그냥 그게 너무 아파서
그게 너무 아파서 감당 못하고
진짜 나를 지탱하는 믿음을 깨버릴려고
깨버리고 평온 속에서 쉴려고
미쳐서 자살검색하고 계획세우고
그 난리를 치고 지금도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 같아
말하고 나니 진짜 깝깝하네
이딴 걸 어떻게 잘 끌고 가서
여러분한테 여러분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지
하 진짜
님들... 아무래도 님들 틀린 거 같아요...
근데 그래도 어케든 해볼게요...
죄송합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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